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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이야기

달 흙에선 아무것도 못 자란다더니 — 병아리콩 120일 만에 씨앗 맺었다

by 코스모(cosmo) 2026.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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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5일,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한 편의 논문이 올라왔어요.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지구물리학연구소와 텍사스 A&M 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달 표면의 흙인 레골리스에서 병아리콩을 키워 씨앗까지 수확하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이었죠. 텍사스대 사라 산토스 박사팀은 달 레골리스 시뮬런트 75%가 섞인 배합토에서 병아리콩을 발아시키고, 120일간 재배해 씨앗 수확에 성공했다.

그냥 싹이 튼 정도가 아니에요. 씨앗을 맺었다는 건, 달 흙 위에서 작물의 세대 교체가 이론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는 뜻이거든요.

참고 사항

이 글은 2026년 3월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연구 논문과 NASA, 관련 학술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우주 농업 기술은 아직 실험실 단계이며, 실제 달 환경 적용에는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왜 하필 병아리콩이었을까 — 우주 작물의 조건 3가지

레골리스(Regolith)

천체 표면을 덮고 있는 부서진 암석과 먼지 층. 달 레골리스는 수십억 년간 미세 운석 충돌과 태양풍에 의해 형성됐으며, 유기물이 전혀 없고 유리 파편과 중금속을 포함하고 있다

 

달 표면의 레골리스는 지구의 흙과 완전히 달라요. 유기물이 없고, 미생물도 살지 않으며, 식물 뿌리가 파고들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존재하지 않죠. 미세한 유리 파편이 섞여 있어서 뿌리 세포를 물리적으로 손상시키기까지 해요.

이런 환경에서 키울 작물을 고르는 기준은 까다롭죠. 연구팀이 병아리콩을 선택한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첫째, 영양 밀도예요. 병아리콩 100g에는 단백질 약 21g, 탄수화물 약 61g이 들어 있고, 철분과 인, 칼슘, 비타민 B까지 갖추고 있죠. 우주비행사의 제한된 식단에서 단일 작물로 다양한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는 셈이에요.

21g/100g
병아리콩 단백질 함량

둘째, 크기와 생장 조건이에요. 연구팀이 선택한 '마일스(Myles)' 품종은 키가 작고 좁은 공간에서도 잘 자라요. ISS 우주비행사들이 무중력에서 상추를 키운 것처럼, 우주 농업에서는 공간 효율이 핵심 조건이죠.

셋째,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병아리콩이 콩과 식물이라는 점이에요. 콩과 식물은 뿌리에 특정 균류와 공생 관계를 형성할 수 있거든요. 이번 실험의 핵심 전략이 바로 그 공생이었어요.

 


 

죽은 땅에 생태계를 심다 — 균근곰팡이와 지렁이 퇴비의 역할

균근곰팡이(Arbuscular Mycorrhizal Fungi, AMF)

식물 뿌리에 침투하여 공생하는 균류. 균사를 뿌리 밖으로 뻗어 식물이 닿지 못하는 영역의 수분과 영양분을 흡수해 전달하고, 대신 식물로부터 광합성 산물을 받는다

 

연구팀의 전략은 발상의 전환이었어요. 달 흙 자체를 바꾸는 게 아니라, 흙 속에 살아 있는 생태계를 심는 접근이었죠.

균근곰팡이는 식물 뿌리와 공생하면서, 균사라는 가느다란 실을 흙 속으로 수백 배 더 넓게 뻗어요. 식물 혼자서는 흡수할 수 없는 인과 질소 같은 영양소를 끌어다 전달하죠. 동시에 레골리스에 포함된 철, 알루미늄, 아연, 구리 같은 중금속이 뿌리로 들어가는 걸 차단하는 필터 역할도 수행해요.

균근곰팡이는 레골리스 시뮬런트 안에서 균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자체 생존에 성공했으며, 한 번 도입하면 추가 투입 없이 유지될 수 있다. 달에 가져갈 짐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 균류를 처음 한 번만 심으면 된다는 결과는 실용적으로 큰 의미를 지녀요.

지렁이 퇴비(Vermicompost)

지렁이가 유기물을 분해하며 만드는 부산물. 질소, 인, 칼륨 같은 영양소와 유익한 미생물이 풍부하고, 토양 구조를 개선하며 보수력을 높인다

 

두 번째 열쇠는 지렁이 퇴비였어요. 레골리스에는 유기물이 전혀 없으니, 식물이 자랄 최소한의 영양 기반을 만들어줘야 했거든요. 지렁이 퇴비는 영양소만 공급하는 게 아니라, 레골리스의 물리적 구조도 변화시켜요. 미세한 유리 파편으로 가득한 죽은 가루가 식물 뿌리가 파고들 수 있는 흙으로 전환되는 거죠.

균근곰팡이가 뿌리의 흡수 범위를 넓히고, 지렁이 퇴비가 흡수할 영양분을 공급하는 투트랙 구조예요.

 


 

75% 레골리스에서 씨앗이 열리기까지 — 120일 실험의 전 과정

텍사스대 연구팀은 Exolith Labs에서 제작한 달 레골리스 시뮬런트를 사용했어요. 이 시뮬런트는 아폴로 미션이 가져온 실제 달 표토 샘플을 기반으로, 화학 조성과 입자 크기를 정밀하게 재현한 인공 레골리스예요.

  1. 배합토 제작 — 4가지 비율 설정 - 레골리스 25%, 50%, 75%, 100% 비율로 지렁이 퇴비와 혼합. 100% 순수 레골리스는 대조군으로 설정
  2. 씨앗 접종 — 균근곰팡이 코팅 - 마일스 품종 병아리콩 씨앗 표면에 균근곰팡이 포자를 코팅하여 파종. 비접종 대조군도 함께 준비
  3. 생장 관찰 — 120일 모니터링 - 온도, 광량, 수분을 통제한 환경에서 발아부터 개화, 결실까지 전 과정 추적. 28-56일 사이 스트레스 증상 집중 관찰
  4. 결과 수확 — 씨앗 무게와 생존율 비교 - 접종 및 비접종 식물의 생존 기간, 키, 씨앗 생산 여부를 비교 분석

결과는 선명했어요.

레골리스 비율지렁이 퇴비균근곰팡이결과
25%75%접종정상 성장, 씨앗 생산 성공
50%50%접종성장 완료, 씨앗 생산 성공
75%25%접종성장 완료, 씨앗 생산 성공
75%25%비접종생존했으나 씨앗 미생산
100%없음접종생존 기간 연장됐으나 결국 고사
100%없음비접종조기 고사

이 표에서 읽어야 할 핵심은 세 가지예요. 레골리스 75%까지는 병아리콩이 씨앗을 맺을 수 있었고, 그 조건에는 지렁이 퇴비와 균근곰팡이가 반드시 둘 다 필요했으며, 100% 순수 레골리스에서는 균근곰팡이를 접종해도 식물이 끝내 죽었다는 점이에요.

균근곰팡이를 접종한 식물은 비접종 식물보다 약 2주 더 오래 생존했으며, 수확한 씨앗 무게는 일반 토양 대조군과 동등한 수준이었다. 다만 레골리스에서 자란 모든 식물은 키가 작고 잎의 엽록소가 부족한 왜소 증상과 황화 현상을 보였어요. 달 흙이 식물에게 여전히 가혹한 환경이라는 점은 분명하죠.

 


 

달 흙에서 자란 병아리콩을 먹어도 안전할까

씨앗이 열렸다고 바로 식탁에 올릴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넘어야 할 관문이 남아 있죠.

가장 큰 문제는 중금속 축적이에요. 달 레골리스에는 철, 알루미늄, 아연, 구리가 지구 토양보다 높은 농도로 포함되어 있거든요. 균근곰팡이가 상당량을 차단하긴 하지만, 식물 조직과 씨앗 내부에 얼마나 축적됐는지는 아직 분석이 완료되지 않았어요.

120일
씨앗 수확까지 걸린 재배 기간

75%
씨앗 생산 가능한 최대 레골리스 비율

약 2주
균근곰팡이 접종 시 추가 생존 기간

연구팀이 다음 단계로 제시한 과제는 크게 세 가지예요. 하나, 수확한 씨앗의 중금속 함량 정밀 분석이에요. 특히 알루미늄은 신경 독성이 있어 허용 기준이 엄격하죠. 둘, 레골리스에서 자란 병아리콩의 영양 성분이 일반 재배 작물과 동등한지 확인하는 작업이에요. 스트레스 환경에서 자란 작물은 단백질이나 비타민 함량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셋, 2세대 재배 가능성이에요. 달 흙에서 맺은 씨앗을 다시 심어 자라는지 확인하는 것이 진정한 자급자족의 시험대죠.

 


 

아르테미스 달 기지에서 농사가 가능하려면 — 남은 과제

이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타이밍에 있어요.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2030년대 달 남극에 장기 체류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고, 그 기지에서 우주비행사가 먹을 식량은 여전히 미해결 과제거든요.

식량 운송 비용의 현실

현재 기준으로 지구에서 달까지 1kg을 운송하는 데 약 100만 달러가 듭니다. 우주비행사 1명이 하루에 필요한 식량은 약 1.8kg이므로, 4명이 1년간 먹을 식량을 전부 지구에서 가져가면 운송비만 약 26억 달러에 달합니다.

 

우주에서 식물을 키우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 ISS에서 상추 첫 재배 및 시식 - NASA Veggie 시스템으로 적색 로메인 상추를 무중력 환경에서 재배하고, 우주비행사가 직접 시식한 최초의 우주 채소
  • 중국 창어 4호, 달에서 목화 발아 - 달 표면 최초의 식물 발아 성공. 다만 14일간의 달 밤(영하 170도)에 동사
  • 플로리다대, 아폴로 월면토에서 애기장대 발아 - 아폴로 11·12·17호가 가져온 실제 달 흙 12g에서 발아 성공. 식물은 극심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임
  • 텍사스대, 레골리스 시뮬런트에서 병아리콩 씨앗 수확 - 균근곰팡이와 지렁이 퇴비를 활용해 75% 레골리스에서 식용 작물의 씨앗 생산에 최초 성공

2022년 플로리다대학교 연구는 중요한 전환점이었어요. 아폴로 미션이 가져온 실제 달 흙 단 12g에서 애기장대라는 모델 식물을 발아시키는 데 성공했거든요. 하지만 그 식물은 극심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고, 먹을 수 있는 작물이 아니었죠.

텍사스대 팀의 연구가 한 단계 더 나아간 건 두 가지 점에서예요. 관상용이 아닌 실제 식용 작물을 택했다는 것, 그리고 달 흙을 화학적으로 처리하는 대신 생물학적 생태계로 개조하는 접근을 취했다는 것이죠. 사라 산토스 박사의 핵심 질문이 이 전략을 압축해요. "이 레골리스를 어떻게 토양으로 바꿀 것인가?"

레골리스를 지구로 가져와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레골리스 위에서 작동하는 생물학적 순환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우주 농업의 방향이다. 균근곰팡이가 스스로 증식하고 지렁이 퇴비가 유기물 순환을 시작하면, 이론적으로 세대를 거듭할수록 레골리스는 점점 더 진짜 흙에 가까워질 수 있어요.

이 연구의 의미를 세 가지로 정리할게요.

  • 식용 작물의 첫 성공 사례: 모델 식물이 아닌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작물이 달 흙에서 씨앗까지 맺었어요. 2022년 애기장대 발아와는 차원이 다른 진전이죠.
  • 생물학적 토양 개조 전략 검증: 화학 처리 대신 균류와 유기물로 죽은 레골리스에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법론이 실험적으로 확인됐어요. 균근곰팡이의 자체 유지 능력은 장기 운영 가능성도 열어줬죠.
  • 넘어야 할 과제: 중금속 안전성, 영양 동등성, 2세대 재배 가능성이 확인돼야 실제 달 기지에 적용할 수 있어요. 연구팀은 후속 논문에서 이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에요.

병아리콩, 지구에서도 우주에서도

병아리콩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콩류 중 하나예요. 단백질 21%, 식이섬유 17%를 함유하고, 혈당 지수(GI)가 28로 낮아 천천히 에너지를 공급하죠. 훔무스로 친숙한 이 작물이 언젠가 달 기지 식탁에도 올라올 수 있다는 건, 꽤 근사한 상상이에요.

 

아폴로 11호는 달 흙 22kg을 지구로 가져왔어요. 반세기가 지나 그 흙과 같은 성분의 땅에서 작물이 씨앗을 맺었다는 건, 우리가 달에 '방문'하는 시대에서 달에 '머무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일 거예요. 아르테미스가 54년 만에 달로 돌아가는 이유를 이해했다면, 이 병아리콩 한 알에서 그 답의 일부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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