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어느 날, NASA 홈페이지에 나란히 올라온 두 장의 사진이 전 세계 천문학 팬을 멈춰 세웠어요. 피사체는 동일했죠. 독수리 성운 안의 '창조의 기둥'이라 불리는 거대한 가스 기둥이었거든요. 그런데 왼쪽 사진에서는 황갈색 먼지 기둥이 웅장하게 솟아 있었고, 오른쪽 사진에서는 기둥이 반투명해지면서 내부에 숨어 있던 갓 태어난 별 수백 개가 붉은 빛으로 드러났어요. 같은 대상인데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진 거예요.
허블 우주망원경은 가시광선 중심으로 천체의 표면 구조를 보여주고, 제임스웹은 적외선 관측으로 먼지 뒤에 숨은 천체까지 투시한다. [NASA Webb Mission]
이 글에서는 같은 천체를 촬영했는데 결과가 완전히 다른 이유를 4가지 핵심 차이로 풀어볼게요.
거울 크기가 6.25배 — 빛을 모으는 능력의 격차
주경
망원경에서 빛을 처음 모아주는 가장 큰 거울. 지름이 클수록 더 어둡고 멀리 있는 천체의 빛까지 수집할 수 있다
허블의 주경 지름은 2.4m예요. 1990년 발사 당시에는 인류가 우주에 올려보낸 가장 큰 거울이었죠. 반면 제임스웹의 주경은 6.5m. 18개의 금도금 베릴륨 육각형 거울을 벌집처럼 이어 붙인 구조거든요.
6.25배
제임스웹의 집광 면적 대 허블
지름이 2.7배 크면 면적은 6.25배로 벌어져요. 집광 면적이 넓다는 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빛을 모을 수 있다는 뜻이에요. 우리 눈으로 비유하면, 허블이 동공을 살짝 열어 별빛을 보는 거라면 제임스웹은 동공을 최대한 확장한 채 관측하는 셈이죠. 그래서 제임스웹은 허블보다 최대 100배 희미한 천체까지 포착할 수 있답니다. [NASA Hubble vs Webb]
허블의 주경 면적은 4.5m2, 제임스웹은 25.4m2로, 같은 노출 시간에 제임스웹이 약 6배 더 많은 광자를 수집한다.
다만 거울이 크다고 해상도까지 비례해서 좋아지진 않아요. 해상도는 관측 파장에도 영향을 받거든요. 제임스웹은 더 긴 파장(적외선)을 쓰기 때문에 근적외선 영역에서의 해상도는 허블의 가시광선 해상도와 비슷한 수준이에요. 거울이 6배 커진 덕분에 긴 파장의 불리함을 상쇄한 거죠.
거울 재질도 다릅니다
허블의 주경은 초저팽창 유리에 알루미늄 코팅을 입혔어요. 제임스웹은 베릴륨 소재에 금을 48.25g만 증착했는데, 금이 적외선 반사율 98% 이상을 제공하기 때문이에요.
가시광선 vs 적외선 — 우주를 바라보는 눈의 파장이 다르다
전자기 스펙트럼
빛을 파장별로 분류한 체계. 감마선부터 전파까지 넓은 범위를 포괄하며, 사람의 눈은 380-700nm의 가시광선만 감지한다
허블이 보는 파장 대역은 0.1-2.5 마이크로미터(um)예요. 자외선, 가시광선, 근적외선 일부를 아우르죠. 반면 제임스웹은 0.6-28.5um 대역을 관측해요. 가시광선의 빨간 끝자락부터 중적외선까지 커버하는 것이에요.
| 항목 | 허블 (HST) | 제임스웹 (JWST) |
|---|---|---|
| 주경 지름 | 2.4m | 6.5m |
| 집광 면적 | 4.5m2 | 25.4m2 |
| 관측 파장 | 0.1-2.5um (자외선-근적외선) | 0.6-28.5um (가시광선 적색-중적외선) |
| 궤도 | 지구 저궤도 (540km) | 태양-지구 L2 (150만km) |
| 운영 온도 | 약 15도C | 약 -233도C (40K) |
| 발사 연도 | 1990년 | 2021년 |
| 수리 가능 여부 | 우주왕복선으로 5회 수리 | 수리 불가 |
허블의 파장 대역은 0.1-2.5um으로 가시광선을 포함하고, 제임스웹은 0.6-28.5um으로 적외선에 특화되어 먼지 너머를 관측한다.
이 차이가 같은 천체를 찍어도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핵심 원인이에요. 우주 공간에는 성간 먼지가 떠다니거든요. 가시광선은 이 먼지에 막혀 흡수되거나 산란돼요. 쉽게 말해 안개 낀 날 헤드라이트가 퍼지는 것과 비슷하죠. 반면 적외선은 파장이 길어서 먼지 입자를 통과할 수 있어요. 제임스웹이 성운 내부의 아기 별을 포착하는 비결이 바로 이 파장 차이에 있답니다.
멀리 있는 천체일수록 우주 팽창 때문에 빛의 파장이 늘어나는 적색편이 현상이 심해져요. 빅뱅 직후의 초기 우주를 관측하려면 적외선 관측이 필수인 이유가 여기에 있죠. 허블이 약 134억 년 전까지 볼 수 있었다면, 제임스웹은 빅뱅 후 2억 9,000만 년 전 은하까지 포착했어요.
지구 저궤도 vs L2 — 망원경이 떠 있는 위치가 만드는 차이
허블은 지구 상공 약 540km의 저궤도를 돌아요. 96분에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속도죠. 이 위치 덕분에 우주왕복선이 접근해서 총 5번 수리할 수 있었어요. 1993년 첫 수리 미션에서는 주경의 2.2 마이크로미터 연마 오차를 보정 렌즈로 교정했는데, 이 수리가 없었다면 허블은 역사에서 실패한 프로젝트로 남았을 거예요.
라그랑주 L2 지점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5개 지점 중 하나. 지구에서 태양 반대편으로 약 150만km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안정적인 온도 환경과 넓은 시야를 제공한다
제임스웹은 지구에서 약 150만km 떨어진 L2 지점에 머물러요. 달까지 거리가 38만km이니, 달보다 4배 먼 곳이죠. 이렇게 먼 곳에 자리 잡은 이유가 있어요. 적외선 망원경은 열에 극도로 민감하거든요. 지구 근처를 돌면 지구가 방출하는 열이 관측을 방해해요. L2에서는 태양, 지구, 달이 모두 같은 방향에 있어서 차열판 하나로 세 천체의 열을 동시에 차단할 수 있죠.
150만km
제임스웹과 지구 사이 거리
제임스웹이 L2에 자리 잡은 이유는 지구-태양-달의 열을 차열판 하나로 동시에 차단하여 -233도C 극저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 극저온 상태가 적외선 관측의 전제 조건이에요. 우리 몸이나 전자 장비도 적외선을 방출하거든요. 망원경 자체의 열이 관측 대상보다 밝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셈이죠.
반면 허블은 지구 저궤도에서 96분마다 지구 그림자를 지나요. 이때 관측이 중단되기 때문에 24시간 연속 관측이 불가능하죠. 제임스웹은 L2에서 지구 그림자 영향 없이 연중 24시간 관측할 수 있어요. 관측 효율 면에서도 세대 차이가 나는 거예요.
수리 불가라는 대가
L2의 이점에는 큰 대가가 따라요. 150만km 거리에서는 우주비행사가 접근할 수 없어요. 허블처럼 고장 나면 수리하러 갈 수 없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NASA는 제임스웹 설계에 10년 이상의 내구성을 요구했고, 연료가 예상보다 절약되어 현재 20년 이상 운용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있어요.
같은 천체, 다른 세계 — 비교 사례 3가지
두 망원경의 차이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건 같은 천체를 촬영한 비교 사진이에요. NASA와 ESA가 공개한 대표 사례 3가지를 살펴볼게요.
창조의 기둥 — 먼지 장막 안의 아기 별
독수리 성운(M16) 속 '창조의 기둥'은 허블이 1995년에 처음 촬영해 유명해진 아이콘이에요. 2014년에 허블이 재촬영한 이미지에서는 황금빛 가스 기둥이 장엄하게 솟아 있었죠. 기둥 자체가 주인공이었어요.
2022년 제임스웹이 근적외선으로 같은 대상을 촬영했을 때, 기둥이 반투명하게 변했어요. 가시광선에서는 불투명했던 먼지가 적외선 앞에서 투명해진 거예요. 기둥 내부에 숨어 있던 원시별 수백 개가 붉은 점으로 나타났죠. [NASA/ESA/CSA JWST]
창조의 기둥에서 허블은 가스 기둥의 표면 구조를 보여줬고, 제임스웹은 기둥 내부에서 형성 중인 원시별 수백 개를 처음 드러냈다.
우리가 이 비교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분명해요. 허블의 이미지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정보를 보여준다는 것이죠. 가시광선 이미지는 성운의 밀도와 구조를 파악하는 데 적합하고, 적외선 이미지는 별 형성 과정을 연구하는 데 필수적이에요.
수레바퀴 은하 — 충돌 후 은하의 속살
수레바퀴 은하(ESO 350-40)는 약 5억 광년 거리에 있는 충돌 은하예요. 작은 은하가 큰 은하의 중심을 관통하면서 파문처럼 동심원 구조가 만들어졌죠. 허블로 촬영했을 때는 바깥쪽 고리와 밝은 중심부가 보였지만, 중심부를 연결하는 '살(spoke)' 구조는 희미했어요. [NASA/ESA Hubble]
제임스웹의 NIRCam(근적외선 카메라)과 MIRI(중적외선 장비)로 촬영하자 결과가 달라졌어요. 먼지에 가려져 있던 살 구조가 선명하게 드러났고, 각 살을 따라 형성 중인 젊은 별과 탄화수소 먼지의 분포가 처음으로 확인되었죠.
수레바퀴 은하에서 제임스웹의 중적외선 장비 MIRI는 허블로는 희미했던 살 구조 내부의 탄화수소와 규산염 먼지 분포를 처음 해상했다. 은하 충돌 이후 물질이 어떻게 재배치되는지를 추적할 수 있는 데이터가 비로소 확보된 거예요.
스테판의 오중주 — 은하 충돌의 충격파
스테판의 오중주는 5개 은하가 모여 있는 은하군으로, 그중 4개가 실제로 중력 상호작용을 하고 있어요. 허블은 가시광선으로 각 은하의 외형과 조석 꼬리(tidal tail)를 포착했죠.
제임스웹은 이 은하군에서 충격파가 지나간 영역의 따뜻한 수소 가스를 중적외선으로 감지했어요. 은하 간 충돌로 발생한 충격파의 열 지도를 만든 셈이에요. 제임스웹의 다른 주요 발견이 궁금하다면 관련 포스트를 참고하세요.
허블은 은퇴하는 걸까 — 두 망원경의 역할 분담
다파장 관측
같은 천체를 여러 파장(가시광선, 적외선, X선 등)으로 동시에 관측하여 종합적인 분석을 수행하는 천문 연구 방법
허블 우주망원경은 제임스웹 등장 이후에도 자외선-가시광선 영역에서 대체 불가능한 관측 자산이에요. 두 망원경은 보는 파장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대체가 아닌 보완 관계거든요.
허블은 자외선-가시광선 관측에서 여전히 독보적이며, 제임스웹이 적외선으로 발견한 천체의 정체를 허블의 가시광선 데이터로 교차 검증하는 다파장 관측 체계가 천문학의 표준이 되고 있다.
| 관측 목적 | 적합한 망원경 | 이유 |
|---|---|---|
| 별 형성 영역 내부 구조 | 제임스웹 | 적외선이 먼지를 투과 |
| 초기 우주 은하 (적색편이 z>6) | 제임스웹 | 극단적 적색편이 빛은 적외선 대역 |
| 성운/은하의 외형 구조 | 허블 | 가시광선에서 높은 해상도 |
| 자외선 방출 천체 (뜨거운 별) | 허블 | 제임스웹은 자외선 관측 불가 |
| 외계행성 대기 조성 | 제임스웹 | 적외선 분광으로 분자 검출 |
| 근거리 소행성 추적 | 허블 | 빠르게 움직이는 천체 추적에 유리 |
허블은 1990년 발사 이후 35년째 가동 중이에요. 자이로스코프 고장 등 노화 문제가 있지만, NASA는 2030년대 중반까지 운용을 계획하고 있어요. 외계행성 대기 분석처럼 허블과 제임스웹이 같은 행성을 서로 다른 파장으로 관측해 대기 조성을 교차 확인하는 연구가 이미 진행 중이에요.
- 허블 발사 -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로 지구 저궤도 540km 배치. 주경 2.4m
- 허블 첫 수리 미션 - 주경 연마 오차 2.2um 보정. 보정 렌즈(COSTAR) 장착
- 창조의 기둥 첫 촬영 - 허블의 가시광선 이미지가 전 세계에 공개
- 허블 마지막 수리 (SM4) - 5번째이자 마지막 서비스 미션. WFC3 등 최신 장비 장착
- 제임스웹 발사 - 아리안 5호로 발사. L2까지 30일 비행. 100억 달러 투입
- 창조의 기둥 비교 공개 - 같은 천체의 가시광선-적외선 비교 이미지가 NASA에서 동시 공개
- 제임스웹 20년 운용 전망 - 예상보다 적은 연료 소모로 설계 수명 10년을 크게 초과할 전망
이 글을 읽기 전과 후, 달라지는 시선
이 비교를 알기 전에는 "제임스웹이 더 좋은 망원경"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었어요. 이제는 다르게 볼 수 있죠.
허블은 우주의 겉모습을 보여주고, 제임스웹은 우주의 속살을 드러내요. 둘 중 하나가 우월한 게 아니라, 같은 천체를 서로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파트너 관계예요. 앞으로 NASA 또는 ESA가 공개하는 우주 사진을 볼 때, 그 이미지가 어떤 파장으로 촬영됐는지 확인해 보세요. 가시광선 사진이라면 구조와 형태에 집중해서 보고, 적외선 사진이라면 먼지 너머에 어떤 천체가 숨어 있는지 찾아보는 거예요.
우리 모두가 같은 밤하늘을 올려다보지만,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우주가 펼쳐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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