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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이야기

떠돌이 행성이 은하에 수십억 개 있다 — 빛도 별도 없이 떠도는 외로운 세계

by 코스모(cosmo) 2026.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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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오리온 성운을 향해 렌즈를 맞췄을 때, 천문학자들은 예상치 못한 장면을 목격했어요. 성운 한가운데, 어떤 별과도 연결되지 않은 채 쌍쌍이 붙어 느릿느릿 표류하는 천체들이 무더기로 잡혔거든요. 540개. 별의 품을 떠나 홀로, 혹은 둘이서, 칠흑 같은 우주를 떠도는 행성이었습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2023년 오리온 성운에서 포착한 540개의 떠돌이 행성 후보 중 일부는 목성 질량의 0.7배에 불과해, 행성이 별의 중력권 없이도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시각적으로 입증했습니다. [Pearson & McCaughrean, Science]

그 행성들은 어디서 왔을까요. 그리고 빛 하나 없는 그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살아있을 수 있을까요.

용어 안내

떠돌이 행성은 영어로 'rogue planet' 또는 'free-floating planet'이라고 부릅니다. 국내 천문학계에서는 '떠돌이 행성', '자유 부유 행성', '성간 행성' 등 여러 표현이 혼용됩니다. 이 글에서는 '떠돌이 행성'으로 통일합니다.

별 없는 행성 — 존재 자체가 상식을 거스른다

떠돌이 행성(Rogue Planet)

항성의 중력에 묶이지 않고 은하계를 자유롭게 유랑하는 행성 질량 천체. 별에서 방출되었거나 성간 가스 구름에서 별처럼 직접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태양계의 이야기는 단순했어요. 별이 먼저 태어나고, 남은 먼지와 가스가 원반을 이루고, 그 원반에서 행성이 하나씩 만들어진다. 행성은 별의 자식이고, 별의 중력에 평생 묶여 살아간다는 그림이죠.

그런데 우주는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훨씬 더 폭력적이에요.

행성계는 형성 초기에 매우 불안정합니다. 어린 행성들이 서로 중력을 주고받으며 궤도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일부는 안쪽으로 끌려들어가고, 일부는 바깥으로 밀려나요. 그 밀려남이 충분히 강하면, 행성은 별의 중력을 완전히 벗어나 우주 공간으로 튕겨 나가버립니다. 태양계에서도 초기에 이런 대규모 행성 방출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어요. [Lissauer, Annual Review of Astronomy and Astrophysics]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행성계 형성 과정에서 초기 행성의 최대 절반이 중력 산란으로 방출될 수 있으며, 이는 우리 은하에만 수천억 개의 떠돌이 행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추정의 근거가 됩니다.

하지만 오리온 성운에서 발견된 이야기는 조금 달라요.

 


 

540개의 충격 — 제임스웹이 오리온에서 본 것

540개
제임스웹 망원경이 오리온 성운에서 발견한 떠돌이 행성 후보 수

2023년 오리온 성운에서 발견된 떠돌이 행성 후보들은 두 가지 점에서 특별했어요.

첫째, 숫자가 예상을 훨씬 초과했어요. 오리온 성운은 지구에서 약 1,350광년 떨어진 별 형성 지역으로, 이미 많은 어린 별이 관측된 곳이에요. 그런데 제임스웹의 근적외선 카메라(NIRCam)는 그 안에서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떠돌이 행성 후보를 잡아냈죠.

둘째, 이 중 약 40여 쌍이 서로 짝을 이루고 있었어요. 연구팀은 이 쌍들을 'JuMBOs(Jupiter-Mass Binary Objects, 목성 질량 쌍성 천체)'라고 이름 붙였어요. 별에도 연결되지 않은 두 행성 질량 천체가 서로의 중력에 묶여 함께 떠도는 이 현상은, 기존의 행성 형성 이론으로는 설명이 매우 어렵죠.

구분기존 행성 형성론JuMBOs 발견의 시사점
형성 장소항성 주변 원반가스 구름에서 직접 형성 가능
별과의 관계별의 중력에 의존별 없이 독립적으로 존재
쌍성 구조매우 드뭄40여 쌍이 한 성운에서 관측
최소 질량목성의 수 배 이상목성 질량 0.7배까지 확인

JuMBOs의 평균 분리 거리는 약 25AU(천문단위, 지구-태양 거리의 25배)로, 이 넓은 간격에서 두 천체가 중력으로 결합 상태를 유지한다는 사실은 별의 방출 시나리오보다 성간 가스에서 직접 형성됐을 가능성을 더 강하게 암시합니다. [McCaughrean & Pearson, arXiv]

별처럼 직접 수축해서 태어났지만, 질량이 너무 작아 핵융합에 도달하지 못한 천체. 그게 이 떠돌이 행성들의 또 다른 기원일 수 있어요.

 


 

은하를 배회하는 수 — 우리가 모르는 천체가 이렇게 많다

수천억 개
우리 은하에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떠돌이 행성 수

오리온 성운의 발견 이전에도, 천문학자들은 떠돌이 행성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감지하고 있었어요. 방법은 중력 렌즈였죠.

미시 중력 렌즈(Microlensing)

질량을 가진 천체가 빛의 경로를 휘게 만드는 일반 상대성 이론의 효과. 관측자와 배경 별 사이를 천체가 지나갈 때 배경 별이 일시적으로 밝아지는 현상을 분석해, 렌즈 역할을 한 천체의 질량을 추정할 수 있다

 

2011년 일본 오사카대 스미 타카히로 연구팀은 6년간 갤럭틱 불지(은하 중심부)를 향해 5,000만 개의 별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했어요. 이 기간 동안 관측된 미시 중력 렌즈 사건 474건 중 일부는 지나치게 짧은 지속 시간(약 2일)을 보였는데, 이는 목성 질량 전후의 작은 천체가 렌즈를 통과했다는 뜻이에요. 연구팀의 계산에 따르면, 은하에는 별보다 떠돌이 행성이 1.8배 더 많을 수 있어요. [Sumi et al., Nature 2011]

2021년에는 훨씬 작은 것도 잡혔어요. 폴란드 바르샤바대 연구팀이 OGLE 관측망을 통해 분석한 중력 렌즈 사건 OGLE-2016-BLG-1928은 지속 시간이 단 42분이었어요. 화성 질량에 가까운 매우 작은 떠돌이 행성의 존재를 암시하는 신호였죠. [Mroz et al.,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지금까지의 관측 데이터를 종합하면, 우리 은하에는 별 1개당 최소 1~2개의 떠돌이 행성이 존재하며, 은하 전체로는 수천억 개에 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주에서 가장 많은 행성 종류가 사실 우리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이 외로운 천체들인 거예요.

 


 

어둠 속 생명의 가능성 — 지구내부 열과 조석 가열

빛도 없고, 별의 온기도 없고, 표면은 영하 270도 가까이 얼어붙은 떠돌이 행성.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전혀 없을까요.

천문학자들은 두 가지 가능성에 주목해요.

첫째, 행성 내부 열이에요. 지구도 표면에서 받는 태양에너지 외에, 내부의 방사성 원소 붕괴에서 상당한 열이 나와요. 규모가 충분히 큰 떠돌이 행성이라면, 내부 열만으로도 지각 아래에 액체 상태의 물을 유지할 수 있어요. 유로파나 엔켈라두스처럼, 얼음 지각 아래에 바다가 숨어있는 구조가 별 없는 행성에서도 가능하다는 뜻이에요.

둘째, 목성 크기의 떠돌이 행성이라면 자체 위성을 가질 수도 있어요. 그 위성이 조석 가열(행성의 중력에 의해 위성 내부가 가열되는 현상)을 받는다면, 이오처럼 화산 활동을 하거나, 엔켈라두스처럼 지하 바다를 품을 수 있죠.

엔켈라두스와 유로파의 교훈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와 목성의 위성 유로파에는, 태양 빛이 거의 닿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얼음 아래에 액체 상태의 바다가 존재합니다. 에너지원은 태양이 아니라 조석 가열과 방사성 원소 붕괴예요. 떠돌이 행성의 가능한 생명 가능성도 같은 논리로 탐색됩니다.

 

NASA의 생명 탐지 기준인 액체 상태의 물, 에너지원, 유기 화학물질이라는 세 조건은 태양빛 없이도 충족될 수 있으며, 일부 대형 떠돌이 행성이나 그 위성은 이 조건을 이론적으로 만족합니다.

물론 이건 아직 가능성의 영역이에요. 떠돌이 행성의 내부를 직접 탐사할 방법은 현재로선 없거든요. 하지만 생명이 살 수 있는 공간이 별빛 아래 행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우주에서 생명을 찾는 우리의 지도를 훨씬 넓혀놓았어요.

 


 

우리도 한때 떠돌이였을까 — 닌스 가설과 태양계의 과거

우리 태양계가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된 건 사실 꽤 격렬한 역사의 결과예요.

'니스 모델(Nice Model)'이라고 불리는 이론에 따르면, 태양계 초기에는 거대 행성들의 위치가 지금과 달랐어요.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지금보다 훨씬 촘촘하게 모여 있다가, 약 40억 년 전에 공명 불안정으로 인해 대규모 재배치가 일어났죠. 이 과정에서 천왕성과 해왕성은 바깥으로 멀리 밀려났고, 많은 소천체들이 내태양계로 쏟아졌어요. 이 시기를 '후기 대폭격기(Late Heavy Bombardment)'라고 불러요.

그리고 이 격변 속에서 태양계 밖으로 튕겨나간 행성이 있었을 가능성도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열어두고 있어요. 어쩌면 지금 우리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 한때 같은 가족이었던 떠돌이 행성이 외롭게 표류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Tsiganis et al., Nature]

1~2개
태양계에서 방출된 가상 행성

니스 모델 기반의 N체 시뮬레이션 결과, 현재 태양계의 구조를 재현하려면 초기에 1~2개의 행성이 태양계 밖으로 방출되는 시나리오가 가장 적합하며, 이는 우리 태양계도 과거에 이웃 행성을 잃었을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그 행성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중력 렌즈로 잡힌 신호 중 하나가 그 행성일 수도 있고, 아직 아무도 감지하지 못한 성간 공간의 어둠 속에 있을 수도 있죠.

 


 

다음에 할 일 — 낸시 로만 망원경과 남겨진 질문

수백만 개
낸시 그레이스 로만 우주망원경이 미시 중력 렌즈로 탐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떠돌이 행성 후보 수

2027년 발사 예정인 낸시 그레이스 로만 우주망원경은 떠돌이 행성 연구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돼요. 로만 망원경의 넓은 시야각과 적외선 감도는 허블보다 100배 넓은 하늘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어서, 미시 중력 렌즈 사건을 대규모로 포착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거든요.

  1. 로만 망원경의 중력 렌즈 탐사 (2027년~) - 은하 중심부를 향해 수억 개의 별을 모니터링, 수백만 건의 중력 렌즈 사건에서 떠돌이 행성 통계 수집
  2. 질량 분포 지도 작성 - 화성 질량부터 목성 질량 10배까지 떠돌이 행성의 질량 분포를 체계적으로 파악
  3. 형성 기원 구분 - 항성 방출 기원과 가스 구름 직접 형성 기원의 비율을 통계적으로 분리
  4. 생명 가능 후보 목록화 - 대기층과 내부 열을 유지할 수 있는 크기의 떠돌이 행성 후보 목록 작성, 후속 관측 우선순위 결정

아직 우리가 모르는 것들은 많아요. JuMBOs처럼 쌍을 이루는 떠돌이 행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행성 크기 이하의 떠돌이 천체(떠돌이 위성?)가 존재하는지, 그 어둠 속에 정말 생명이 있을 수 있는지.

낸시 그레이스 로만 우주망원경이 2027년부터 수행할 갈락틱 불지 타임 도메인 탐사는 화성 질량 이하 떠돌이 행성까지 탐지할 수 있으며, 이는 떠돌이 행성의 하한 질량 분포를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밝힐 기회입니다.

우주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행성들로 가득 차 있어요. 그 행성들 대부분은 어떤 별의 빛도 받지 못한 채, 은하 어딘가를 조용히 떠돌고 있어요. 외롭지만, 어쩌면 그 외로움 속에서도 무언가가 살아숨쉬고 있을지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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